김부식 vs 일연 —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랐을까

2026. 5. 8. 11:46역사 Detox_한국사를 알아보자

김부식 일연 비교 삼국사기 삼국유사 역사 썸네일

같은 시대, 다른 붓

고려 시대에 두 권의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는 《삼국사기》, 다른 하나는 《삼국유사》.

둘 다 우리 고대사를 담은 책입니다. 그런데 내용도, 방식도, 목적도 달랐습니다.

이 두 책을 쓴 사람이 바로 김부식(金富軾, 1075~1151)과 일연(一然, 1206~1289)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고려 사람이었지만, 시대도 달랐고 직업도 달랐습니다. 한 명은 왕의 명령을 받은 고위 관료였고, 한 명은 평생 절에서 수행한 승려였습니다.

그 차이가 두 책의 성격을 완전히 갈라놓았습니다.


김부식 — 나라가 공인한 역사를 쓴 사람

김부식 삼국사기 고려 역사 기록 설명 이미지

 

김부식은 경주 김씨 출신으로, 고려의 문신이었습니다.

과거에 합격한 뒤 왕을 가까이서 보좌했고, 인종 때는 묘청의 난(1135년)을 진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고려 조정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였습니다.

1145년, 인종의 명령으로 《삼국사기》를 편찬했습니다.

이 책은 고려의 공식 역사서입니다. 신라, 고구려, 백제 세 나라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김부식은 유교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사실을 중심으로, 왕과 신하의 행적을 기록했습니다. 근거가 불분명한 이야기는 과감하게 걷어냈습니다. 중국의 역사 서술 방식인 기전체(紀傳體)를 따랐습니다.

덕분에 《삼국사기》는 지금도 삼국 시대를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료로 쓰입니다.

그러나 비판도 있었습니다. 신화나 설화를 지나치게 배제했고, 신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일연 — 잊혀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람

일연 삼국유사 고려 승려 설화 기록 설명 이미지

 

일연은 경북 경산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출가해 평생을 승려로 살았습니다.

몽골의 침략(1231년~)으로 고려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전쟁 속에서 수많은 절이 불탔고, 오래된 기록들이 사라졌습니다.

일연은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영영 사라진다.

1281년 무렵, 그는 《삼국유사》를 완성했습니다.

이 책에는 공식 역사서에 실리지 못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 단군왕검의 건국 이야기
  • 삼국의 건국 신화
  • 향가(鄕歌) 14수
  • 불교 설화와 고승들의 이야기

일연은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그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진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민간의 기억, 문화, 신앙을 역사라고 여겼습니다.

덕분에 단군 신화가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사라졌을 이야기들입니다.


두 사람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고려 시대를 살았고, 삼국의 역사를 후대에 남기려 했습니다. 기록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방식은 달랐습니다.

신분 고위 관료 불교 승려
《삼국사기》 《삼국유사》
관점 유교적, 공식 역사 불교적, 민간 문화
서술 방식 사실 중심, 기전체 설화·신화·신앙 포함
특징 엄격한 사료 기준 전승과 문화까지 기록

김부식은 "기록할 수 있는 것만 기록한다" 는 원칙으로 썼습니다.

일연은 "전해지는 것은 모두 기록한다" 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정리하며

두 책은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닙니다.

《삼국사기》가 뼈대라면, 《삼국유사》는 살과 숨결입니다.

하나는 왕과 전쟁과 제도를 담았고, 하나는 신화와 노래와 사람들의 믿음을 담았습니다. 두 책이 함께 있어야 우리 고대사의 전체 모습이 보입니다.

김부식과 일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일을 했습니다.

역사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본 글은 국사편찬위원회 및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